문제는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 금리는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대출 확대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3.84%를 기록했고, 신용대출은 5.46%를 보였다. 2년 전에 약 2%대 금리에서 주담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올해 3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7.5%를 기록했다. 다수의 대출자들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금리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출이 다시 증가하면서 부동산 연착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세대출도 다시 확대돼 시장 불안을 키우는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월 3만1000호에서 3월 3만5000호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1만5000호를 기록했다. 전세 거래량은 3월에 5만3000호로, 지난해 말의 4만7000호보다 증가했다. 이에 가계대출은 4월 들어와 8개월 연속 감소에서 2조3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2조4000억원, 3조원 감소했지만 4월 들어와 5000억원 감소로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전세대출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아 개인이 알아서 상환능력을 따져야 한다.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 묶이지 않은 이유는 실수요자 대출로 여겨졌고, 전세계약 만기 시 자동으로 은행에 상환돼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금리가 오르지 않고 전세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일이다. 최근처럼 전세 가격이 떨이지면 집 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 불안이 높은 가운데서도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전세 물량이 많아지면서 전세를 바탕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끌의 분위기가 다시 나타나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대출 공급자 및 수요자 모두에게 대출을 쉽게 만들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갭투자를 쉽게 만들어 주택가격과 거래변동성을 높일 수 있고 가계부채가 누적돼 거시경제적 충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