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고공행진 멈추고 뚜렷한 하락세
주담대 고정·변동금리 하단 3%대로 떨어져
금리 다소 하락하자 다시 영끌·빚투 확산 우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여전히 금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최근 가계대출은 8개월 연속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고, 신용대출도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대출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다소 떨어진 영향인데, 고금리 시대가 저물지 않은 상황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부활할 지 업계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연 3%대 중반으로

먼저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현상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올 4월에 전달보다 0.12%p 떨어진 3.44%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4.34%까지 높아졌지만 당시엔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 시장에 가해진 일시적 충격 영향이 컸다. 이후 시장금리 하락세가 나타나며 코픽스는 5개월 동안 0.90%p 떨어졌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들의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된 가중평균금리다. 은행들이 시장에서 끌어오는 자금의 금리가 낮아지면 코픽스도 떨어진다. 

실제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5월 15일 기준으로 3.666%를 기록했다. 올 초인 1월 9일에는 4.002%를 기록한 바 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무보증·AAA)도 같은 기간 4.373%에서 3.892%로 낮아졌다. 

이에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월 16일 기준으로 하단이 3%후반대로 떨어졌고,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3.64%로 3%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5월에 추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5%로 낮게 전망되고 있고, 경제 주체들이 더 이상의 금리 상승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7%를 기록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와 한은이 시장 추이를 더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다시 들썩이는 아파트 매매거래량

문제는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 금리는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대출 확대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3.84%를 기록했고, 신용대출은 5.46%를 보였다. 2년 전에 약 2%대 금리에서 주담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올해 3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7.5%를 기록했다. 다수의 대출자들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금리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출이 다시 증가하면서 부동산 연착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세대출도 다시 확대돼 시장 불안을 키우는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월 3만1000호에서 3월 3만5000호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1만5000호를 기록했다. 전세 거래량은 3월에 5만3000호로, 지난해 말의 4만7000호보다 증가했다. 이에 가계대출은 4월 들어와 8개월 연속 감소에서 2조3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2조4000억원, 3조원 감소했지만 4월 들어와 5000억원 감소로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전세대출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아 개인이 알아서 상환능력을 따져야 한다.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 묶이지 않은 이유는 실수요자 대출로 여겨졌고, 전세계약 만기 시 자동으로 은행에 상환돼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금리가 오르지 않고 전세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일이다. 최근처럼 전세 가격이 떨이지면 집 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 불안이 높은 가운데서도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전세 물량이 많아지면서 전세를 바탕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끌의 분위기가 다시 나타나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대출 공급자 및 수요자 모두에게 대출을 쉽게 만들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갭투자를 쉽게 만들어 주택가격과 거래변동성을 높일 수 있고 가계부채가 누적돼 거시경제적 충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