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코로나19 기간 단축한 영업시간을 1년 반 만에 정상화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30일부터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을 재개했다. 금융노조는 “노사합의 위반”이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신한은행 여의도중앙지점 앞. 이순남(57)씨가 영업 시작과 함께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입출금 내역서를 떼러 온 이씨는 이날 첫 손님이었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서류 발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씨는 “안 기다리려고 일부러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왔다”며 “그동안 은행이 너무 늦게 열고 빨리 닫는 바람에 사람이 많아 2시간씩 기다리기도 하고 문 닫을까 헐레벌떡 은행을 찾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씨는 “코로나19 기간이라고 은행 업무 시간을 줄인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이제라도 영업 시간이 정상화 돼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이곳 영업점에는 문을 열자마자 열명이 넘는 고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외투도 걸치지 않고 회의 전 잠깐 서류를 떼러 들렀다는 직장인부터 현금을 뽑으러 온 어르신까지 면면은 다양했다. 오전 9시 10분쯤 이곳 영업점을 찾은 직장인 권아무개(31)씨는 출근 전 대출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권씨는 “10시 반까지 출근하려면 은행 일을 9시 반에 보면 늦는다”며 “그동안 영업시간이 늦춰졌던 것을 몰랐는데, 마침 은행 오는 날 9시부터 영업을 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지난 2021년 7월 영업시간을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1시간 단축했다. 이후 거리두기 조처가 해제됐지만 단축된 영업시간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소비자 불편이 컸다. 금융당국은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지침 해제를 기점으로 은행들에 영업시간 정상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그간 금융노조와 영업시간 정상화를 놓고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노조 동의 없이 영업시간 정상화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은행 측 조처가 “금융 산별 노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쫓기듯이 영업시간 복원을 강행한 게 대통령실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 위반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사측을 경찰에 고소 조치할 예정”이라며 가처분 신청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