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올해에는 지난해 10월과 같은 '킹달러' 현상은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물'이라는 기대감에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달러가치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하반기 물가상승·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 안전자산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하반기 반등론'도 나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00원대 중반으로 지난해와 비교해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4일 기준 1442.5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12월 말 1260원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2일 1267.3원, 3일 1268.9원으로 1260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정책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환율 하향안정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일부 의견이 엇갈리나 미 연준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월 금리인상기조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낸 '2023년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상반기 금리를 75bp 이상 추가 인상, 최종정책금리를 5%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린 후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봤다.

미 연준이 상반기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경우 1300원대까지 올랐다가 하반기에는 낮아질 것이란 '상고하저'가 현재로서 대세론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 1, 2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날 걸로 예상된다"라며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사이클에 연동되는 점, 리스크 오프(Risk-off) 국면의 전환 등을 고려하면 1200원대 중반으로 하향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하락 속도가 가파른 만큼 2·4분기 초입까지 환율이 반등할 요인이 잔존해 있지만,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도, 올해 경제의 펀더멘털, 각국 통화정책 차이와 미 연준의 정책 방향성을 종합해보면 연말까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수출확대 등 대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환율 하향안정화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대내외 여건이 안정돼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상고하저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안정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져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 불안, 미국 근원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달러 강세로 '하반기 깜짝 반등'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중국이 양회 이후 코로나 봉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과 동시에 제로코로나 정책 유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정리가 안 돼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글로벌 시장에 불안요인이 돼서 달러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인상이 물가를 잡기 위한 목적이 큰 만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중에서도 근원 물가 추이가 환율 안정에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상고하저를 얘기하는데 현재로서 하반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에너지, 식량 분야의 새 공급망이 안정될 수 있지만 핵심은 인플레이션"이라며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음에도 근원 CPI 상승세는 잡히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 환율 문제에 영향을 미칠 핵심 지표도 미국의 근원물가"라고 말했다.

한은도 '2023년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중 미 달러화의 주 강세요인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던 만큼 이것이 완화되면 미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시장 전망보다 인플레이션 더디게 하락하고 그에 따라 연준이 최종금리를 상향하면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 달러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